[기고 ] 블록체인은 현재 어디쯤 와 있나 -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대표

    2018/02/20 17:30 주아름 huang Created with Ske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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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바야흐로 블록체인의 시기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 처음이자 최고의 성공 사례인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하나당 $7,300을 넘어서며 시총 130조원을 넘어섰다. (주지할만한 사실은 불과 2년 전인 2015년 10월쯤엔 개당 $240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 같은 화폐 발행주체나 시중은행 같은 신뢰 중개자 없이도 가치의 교환 또는 신뢰 거래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아직까지 익명으로 추정되는) 사토시 나카모토에 의해 2008년 개발됐다. 금전적 보상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컴퓨터들이 거래가 참인지 여부를 검증하도록 설계하여 적어도 9년이 지난 지금까지는 큰 사고 없이 훌륭히 거래를 검증해 내며 현재 가치를 부여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을 받는 가맹점은 계속 줄고 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실제 생활에 쓰이고 있지는 않은 형편이다. 그저 아직은 투자 수요의 급증만이 가격 급등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근거가 될 것이다.물론 미국의 BitPay와 일본의 GMO 등 비트코인 PG 회사들이 실생활에서 비트코인을 쓸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는 있다. 그 결제액은 2017년 현재 각각 월 $1B(1.1조원)와 10억엔(100억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현재 전세계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거래액은 월 150조원 안팎으로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다.



대안의 필요성

비트코인이 등장한 지 어느 새 한참 되면서 많은 단점이 발견되었다. 초기 개발자가 매 10분마다 거래 내역을 모아 이를 거래 검증에 참여하는 모든 컴퓨터들이 나눠 갖도록 설계한 까닭에 단 한 번의 거래 검증에 최소 10분이 걸리는 문제가 가장 컸다. 하물며 거래당 비싼 수수료(11월 현재 6천원 내외)를 내야해 이체 수수료가 대부분 무료인 인터넷/모바일 뱅킹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또한 총량이 고작 2,100만개 밖에 안되고 대형 보유자들은 꼭 쥐고 내놓지 않아 시장에 깔려 거래되는 물량이 극히 적었다. 그러다보니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리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 또는 급락하는 사태를 자주 보였다. 이처럼 부족한 성능과 물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후발주자들이 계속 새로운 프로토콜을 연구하고 발표했다. 그 중에 이더리움도 있었다.

개념설명

여기서 ‘프로토콜’은 ‘퍼블릭 블록체인’을 말한다. 그렇담 ‘퍼블릭 블록체인’이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채굴(거래 검증)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해당 블록체인에서 통용되는 자체 코인을 누구나 사고 팔 수 있는 블록체인을 말한다. 반대편에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주로 회사에서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블록체인이며 회사의 내부 자료나 거래 기록이 블록체인에 쌓인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 의해 지정된 컴퓨터만 채굴(거래 검증)에 참여할 수 있으며 거래를 검증하는 컴퓨터에 대한 보상이 따로 필요 없거나 다른 방식을 택할 수 있어 대부분 자체 코인이 따로 없다.


리플(Ripple)처럼 채굴은 회사가 지정한 노드만 참여할 수 있지만 자체 코인을 갖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프로토콜도 존재한다. 리플은 은행간 국제 송금에 쓰이는 SWIFT망을 대체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프로젝트여서 운영의 주체(회사)가 필요한 당위가 있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이런 경우를 ‘보다 중앙화돼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기형적인 케이스로, 일반적인 경우 퍼블릭 체인과 프라이빗 체인은 채굴 참여 여부와 코인 유무로 간단히 나누어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더리움

2014년 비탈릭 뷰테린에 의해 만들어진 이더리움은 총량을 비트코인의 5배 가량인 1억개 이상으로 늘리고 거래 체결 속도(1 confirm = 한 번 거래를 검증 받는 시간)를 1분 내외로 줄였다. (이 거래 체결 속도는 이후 3년간 꾸준히 개선되어 2017년 11월 현재 평균 20초 내외로 줄었다.) 비트코인의 전통적 단점들을 보완한 프로토콜은 사실 라이트코인 등 이더리움 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더리움은 코인 위에 스마트 계약을 얹었다. 스마트 계약은 기계가(정확하게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사람간의 합의가 반드시 이행되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 계약은 1996년 암호학의 대가 Nick Szabo가 처음 개념적으로 제안했고 이더리움을 통해 본격적으로 구현되기에 이른다.


가령 내일 아침 9시 이전 서울의 강수량이 10mm 이상일 때 A가 B에게 1억원을 주기로 했다고 치자. 반대로 10mm 미만일 때는 B가 A에게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어느 한 쪽이 돈을 주기 싫어서 도망갈 수도 있고 계좌에서 돈을 미리 빼놓을 수도 있다. 그런 일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이더리움에서는 양쪽의 계좌를 미리 담보로 걸고 반드시 해당 계약이 이행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그러면 A와 B는 상대방의 변심이나 부재를 걱정할 필요 없이 계약에 돈을 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보험사가 하던 일을 스마트 계약이 대신 할 수 있고 은행이 하던 대출업이나 증권사가 하던 거래의 중개 기능도 스마트 계약이 대체할 수 있다. 이더리움 프로토콜의 내부 화폐로 쓰이는 이더(ETH) 가격이 올들어 급등한 원인도 그런 기존 금융의 틀과 존재의 이유를 송두리채 흔들 수 있다는 기대감과 가능성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th

(이더 거래가 시작된 2015년 8월부터 올해 가격이 급등한 구간의 그래프. 매우 가파르다.)


특히 JP Morgan과 MS, Intel, Accenture, Santander, Credit Suisse, ING, BNY Mellon 등 세계적인 은행과 IT기업들이 이더리움을 기반의 프라이빗 블록체인 연구 모임인 EEA(Ethereum Enterprise Alliance)를 조직했다는 발표가 있던 2017년 2월 28일을 기점으로 이더리움이 블록체인계의 표준처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가격 급등의 구체적인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토큰

이더리움 프로토콜은 스마트 계약 외에도 개인이나 기업, 소모임이 자기 이름을 딴 코인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이 기능은 이더리움 내에서 ‘ERC-20 토큰’이라고 부른다. 이하 우리도 비트코인(BTC), 이더(ETH) 등 프로토콜 상위 단위로 통용되는 코인과 구분하기 위해 보다 하위 개념의 ‘토큰’이라 부른다.) 이 기능을 쓰면 심각한 프로그래밍을 배울 필요 없이 누구나 자기 토큰을 만들고 이더리움 전자지갑을 통해 주고 받을 수 있어 이더리움 흥행의 한 축을 담당했다. 무엇보다 복잡한 채굴(거래 검증) 과정을 설계할 필요없이 이미 엄청난 수의 컴퓨터가 검증에 참여하고 있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거래 검증을 위임하기에 처음부터 해킹 같은 보안 위협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동작하는 ERC-20 토큰을 이용한 신규 암호화폐 발행(ICO, Inicial Coin Offering)이 올해 초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간단한 홈페이지와 A4용지 20장 내외의 간략한 컨셉 백서(Whitepaper) 하나로 몇십억에서 많게는 천억이 넘는 가치의 이더가 모금되자 점점 더 많은 팀들이 ICO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제각기 다른 꿈을 꾸는 수많은 ERC-20 토큰이 양산돼 2017년 11월 16일 현재 1.2만종이 넘는 토큰이 이더리움 위에 생겨났다.



ICO

물론 1.2만 종의 토큰 중에는 테스트용이나 공부 목적으로 발행된 토큰도 있겠지만, 이더리움의 토큰이 ICO 진입장벽을 크게 낮춤으로써 ICO 활성화에 불을 당긴 점은 주지할 수 밖에 없다. 이는 EOS나 Qtum처럼 신규 프로토콜을 지향하는 블록체인들조차 우선 이더리움용 ERC 토큰으로 자기 코인을 내놓았다는 점(추후 자체 프로토콜이 오픈하면 ERC 토큰을 자체 코인과 1:1 비율로 교환해줌)으로 미루어 볼 때 마치 이더리움이 ‘ICO를 위한 프로토콜’로서 이 시장에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ICO에 투자된 자금은(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투자액이 아니라 순수 신규 암호화폐 발행에 유입된 금액) 2017년 10월 7일까지 2014년 이후 3년간의 누적 ICO 투자액 $2.67B(2.94조원) 중 75%에 해당하는 $2B(2.2조원)에 이른다.


ico


그리고 ICO 열풍은 이제 막 시작됐다. 중국과 한국이 이미 작년 여름 ICO 광풍을 경험했고 한 템포 느리게 올 가을에 와서야 비로소 MIT Technology Review, Business Insider, Re/code, TechCrunch 등 미국의 유력 테크 미디어들이 앞다투어 ICO를 다루고 있다. 그 사이 이미 진작에 Sequoia와 Andreessen Horowitz, Angelist의 CEO인 Naval Ravikant 같은 유명 VC들은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헷지펀드에 투자해 500~1,000%의 수익을 올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100종 이상의 암호화폐가 새로 ICO를 진행중에 있고, Y Combinator 같은 실리콘밸리의 유력 엑셀러레이터도 본격적으로 블록체인과 ICO에 눈을 떴으니 앞으로 그 수는 계속 증가하지 않을까 한다.


특히 OmiseGOKik, Wax, Up.live, Playkey 등 이미 기존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이 ICO를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는 점도 앞으로 관심있게 지켜볼 지점이라 생각한다. 실제 태국의 중소 PG사였던 Omise는 ICO 직후 경쟁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규제의 본격화

우리나라는 2017년 3월 전후로 개인투자자들의 암호화폐 투자가 폭증하며 2017년 8월 기준 하루 거래량이 코스닥을 넘는 일까지 생겼다. 하루 수십~수백 %가 오르 내리는 극심한 변동성 때문에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오자, 정부는 2017년 9월 1일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공정위 등 10개 기관이 참여하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를 처음으로 연다. 다양한 발표를 했지만 핵심은 “배당권 등 증권의 권리가 부여된 가상통화(정부의 표현)의 발행을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앞서 지난 7월 2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앞으로 배당권 등 증권의 권리가 부여된 토큰의 ICO를 증권거래법으로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데에 결을 같이 하는 발표였다.미 SEC와 한국 정부의 발표로 이미 국내외에서 ICO를 준비 중이던 업체들은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많은 프로젝트가 프로젝트 성과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 또는 전부를 토큰에 분배하는 일종의 배당권을 설계해 넣고 있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생 ICO 토큰들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리플, 넴(NEM) 등 이미 몇년의 역사를 지닌 프로토콜 코인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져 시총이 낮게 형성된다. 또한 프로토콜 코인보다 DApp(프로토콜 위에 올리는 앱)에서 사용하는 토큰들은 상대적으로 장기 보유의 인센티브가 떨어지기 때문에 프로토콜 코인이 제공하지 않는 이익 분배 등의 보상을 설계해 넣는 것이 당시 ICO들의 주요 설계 방향이었다. 그런 식으로 탄생한 토큰이 분기별 운용 수익에 대한 배당권이 부여된 암호화폐 펀드 토큰인 TaaS나 카드 사용액의 정률로 토큰 보유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암호화폐 직불카드(Debit card) 토큰인 TenX PAY 같은 것들이다.


7월 25일 SEC의 발표로 미국 일부 거래소는 미국 시민에 한해 ICO를 통해 발행된 토큰의 거래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중국 정부 역시 2017년 9월 4일 중국인의 암호화폐 신규 발행 및 투자를 금지한데 이어 9월 10일 중국 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전면 폐쇄를 발표하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규제안을 발표한다.



해도 되지만 해서는 안되는

9월 1일 한국 정부의 ‘증권화된 ICO 금지’ 발표는 거꾸로 시장에서 ‘그럼 증권화되지 않은 ICO는 허용해 준다는 말 아니야?’라는 의도치 않은 반응을 일으켰다. 그래서 한국에서 ICO를 준비하던 많은 팀들이 너도나도 배당권 등 증권의 권리를 뺀 순수 토큰으로 ICO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이 즈음 여러 국내팀들이 모금 규모 수백억에 달하는 ICO를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전국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정부는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ICO를 줄이자고 발표한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러자 정부는 다시 9월 29일, “권리 부여의 유무를 막론하고 모든 가상통화 신규 발행(ICO)을 전면 금지한다“는 더 강력한 규제를 내놓는다. 업계가 모두 당황했지만 가장 애매한 것은 ‘그럼 발표 전에 ICO를 마친 프로젝트는 괜찮고, 발표 이후의 ICO만 금지되는 것인가?’하는 문제였다. 또한 발표내용은 ‘앞으로 규제하겠다’는 방향을 밝힌 것이지 ICO 전면 금지의 법적 근거를 대지 못했다.많은 ICO 업체들이 로펌으로 달려갔다. 대답은 “사실 아직 법제화된 것이 아니니 형사처벌 받을거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당국이 하지 말라는 일이니 하게 되면 당국의 관심을 받게 될거 같긴 하다. 따라서 진행 여부는 전적으로 대표님 의사에 달렸다.”는 극히 모호한 대답들이었다.



통제가 낳은 풍선효과들

중국 역시 ICO를 통해 모금된 자금의 전액 환불과 암호화폐 거래소 전면 폐쇄 조치는 오히려 암호화폐 거래의 음성화라는 역효과를 낳았다. 비트코인 가격은 9월 2일 $4,928달러 고점을 찍은 후 중국 정부의 ICO 금지와 거래소 폐쇄 방침이 연달아 알려지며 $3,387달러(9월 15일)까지 빠졌으나 다시 급상승을 거듭해 이 글을 쓰고 있는 11월 16일에는 $7,31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2017년 11월) 중국에서는 당국의 거래소 폐쇄 방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개인들끼리 P2P로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다. 또한 많은 도시에서 오프라인 환전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손쉽게 위안화로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종전 중국 당국은 거래소만 옥죄면 되었으나 대부분의 거래가 음성화되며 이제는 훨씬 복잡한 상황에 처했다.


한국의 많은 ICO 업체들은 포기 또는 강행의 기로에서 각자 선택하고 있다. 강행을 택한 프로젝트는 스위스, 에스토니아, 지브롤터,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에 재단을 설립하는 형태로 정부의 금지 방침을 쉽게 우회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암호화폐 발행의 매력과 시장 성장의 속도를 각국 당국이 효과적으로 따라가지 못하고 여러 부분에서 풍선효과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똑같은 상품을 전세계 수백개 거래소에서 취급하고 거래와 이동이 용이해 한 나라의 규제를 다른 나라를 통해 간단히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금까지 금융당국이 거시 경제 정책을 짜고 돈을 중앙은행이 발행해 시중 은행을 통해 풀며, 국가가 통합 운영하는 증권 거래소에서는 주로 자국 기업의 증권만 거래되어 온 기존 경제 질서에서는 ‘통제와 정책의 개입’이 대단히 요원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아직은 암호화폐 시장이 작지만, 만약 지속적으로 커진다고 감안할 때 한 국가의 정책이 원하는대로 작동할지 여부는 ‘동일상품의 세계 거래’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점점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선릉역 오피스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규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지난 4-5년전부터 다단계 조직들이 비트코인 소스 코드를 가져다(오픈 소스이다 보니) 이름만 바꿔 다양한 코인을 팔고 다녔다. 그나마 비트코인 코드라도 가져다 쓰는 경우는 양호한 편이었다.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사기인 경우도 있었다.


필자가 최근에 놀란 장면 중 하나는 지난달 선릉역 오피스텔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거기 블록체인 스타트업 입주해 있어서 갔는데 그 회사 멤버 말이 이 오피스텔 곳곳이 ‘코인 하는 집’들이란다. 엘레베이터를 타서 최근에 OO코인에 투자한 이야기를 했더니 우연히 같이 탄 모르는 사람이 “안그래도 나도 그걸로 크게 벌었다”며 맞장구를 치더란다. OO코인(프로젝트명은 이미 거기 투자한 수천~수만명을 보호하기 위해 밝히지 않는다) 일정기간 돈을 묶어두면 연간 30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는 전형적인 사기 구조의 코인이다. 투자 금액이 클수록 묶이는 기간이 줄어든다. 그들은 “트레이딩봇을 돌려 수익을 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한다”지만 실제로는 뒤에 들어온 투자자 돈을 앞에 투자한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Ponzi) 사기다. (그 코인의 성공으로 또 그 코인의 구조를 똑같이 베낀 유사 코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모르는 것보다 더 무서운

그 분께 “매우 조심하시는게 좋겠다”고 했더니 “저도 사기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래도 6개월 중에 벌써 2개월이 지났다”며 “제가 아는 언니는 천만원 넣어서 6개월만에 몇억 벌어 수입차 타고 다닌다”고 답했다. 개인적으로 놀란 까닭은 사기 코인인지 몰라 참여하는게 아니라, 알아도 다음 사람에게 넘기면 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일반화할 수 없지만 그런 참여자들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금 저런 사기에 알면서도 동참하고 있을까 소름이 돋았다.


코인 사기에 관한 소식은 요새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올라오고 있다. (1, 2, 3, 4) 이 분야에 있다보면 환멸을 느낄 정도로 이상한 얘기를 많이 듣는다. 백서나 웹사이트 하나 없이 카카오톡 ICO만으로 1,600억을 모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식당이나 매장 주인들에게 무슨무슨 코인 투자하라며 영업사원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곤혹스러운 당국자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천억의 사기를 내고 잠적한 ‘이더트레이드’를 비롯해 이미 코인 사기 규모가 조 단위를 넘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검경이 파악하고 있는 규모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사기가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역설적으로 200억 정도 규모의 ICO 하는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건전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다.


정부 당국의 인식은, 실은 충분히 적확하다. 지난 10월 24일 서울경제신문 주최 조찬 모임에 참석했다. 당일 주제는 블록체인이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기조연설을 했다. 최 위원장은 연설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앞으로 산업 전반, 특히 금융업에 미칠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은 아마 여기 참석자들 중 아무도 이견을 다는 분은 안계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금융위도 산업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는 구분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얼마나 많은 돈이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로 흘러 들어가는지 은행의 자금 흐름을 통해 파악하고 있고, (실제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얼마나 많은 코인 사기가 횡횡하고 있음을 보고 받고 있는 당국자의 곤혹스러운 입장 표명이 아니었을까 한다.



ICO, 결코 이 방법밖에 없는가? 

  • 대안 1) 적격투자자 제도

업계학계에서는 산업 발전 저해를 주장하며 ICO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대판 적기조례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ICO를 준비하는 업체들이 모여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ICO를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겠다고 밝히자 일부 미국 로펌이 ‘적격투자자(Accredited investor)들로부터 받는 투자는 50인이 넘어도 공모로 보지 않는다’는 자본시장법의 특례 조항을 발빠르게 찾아내 SAFT라는 우회 방안도 개발했다. 자산 규모 100만불 이상, 연 소득 20만불 이상이어야 적격투자자가 될 수 있는데, 그런 사람들만 모아 미국에서 진행하는 ICO에 합법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발상이다. 로펌들이 미국의 유명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Angelist와 협력해 SAFT를 도입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Coinlist를 만들었다. 거기서 진행한 첫 투자가 Filecoin이라는 ICO이고 이 프로젝트는 적격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달만에 $252M(2,770억)을 모았다.


우리나라도 이미 적격투자자 제도가 있고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에서도 적격투자자의 투자는 공모 여부를 판단하는 49인에 카운트하지 않는다. 따라서 SAFT와 유사한 형태로 투자 리스크를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투자하도록 하는 것도 정부 당국이 ‘산업 발전 저해’의 짐을 지지 않기 위해 검토해 볼만한 대안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ilecoin은 더 안전한 진행을 위해 ICO를 마친 후 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미국에서 진행되는 여러 ICO들이 자발적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겠다는 SEC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적격투자자 제도 활용 방안은 현행 국내 자본시장법상 공모 조건에 카운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부가 ‘모든 종류의 ICO 전면 금지’를 선언해 놓았기 때문에 여전히 ICO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정부 입장에서 산업 발전 저해 목소리에 타협하기 위해 검토 가능한 대안이라는 뜻이다.


  • 대안 2) 공모 없는 토큰 발행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토큰 발행 모델은 공모(ICO) 없는 토큰 발행 방향이다. 비트코인 개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그러했듯이 공모 없이 시장에 먼저 내고 추후 시장의 인정을 받으며 가치가 상승하는 모델이다. 이것이 토큰 발행 모델 중 가장 건전하고 진지한 방향이 아닌가 한다.


물론 공모를 해야만 자기 돈을 투자한 사람들이 열심히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응원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감이 된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분산형 슈퍼 컴퓨팅 네트워크를 개발하겠다는 Golem처럼 이른바 ‘로켓 사이언스’에 해당하는 프로젝트에는 그만큼 많은 초기 개발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전세계 어느 VC도 아직 백서뿐인 터무니없는 꿈에 개발비 수백, 수천억을 꽂아줄리 없으므로 ICO는 그런 초대형 프로젝트에는 분명 대체불가능한 자금 조달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ICO 프로젝트들이 필요한 돈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말 자신 있으면 VC 투자 받아도 되는 프로젝트들이 단지 VC보다 ‘돈 받기가 쉽다’는 이유로 ICO를 택하고 있다. 만약 기존 블록체인 프로토콜이나 Dapp들보다 획기적인 개선 아이디어가 있다면 ICO 없이 먼저 개발해 진검승부를 해보면 어떨까? 시장의 필요와 완성도를 입증 받아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ICO에 관한 오랜 고민 끝에 그것만큼 건강한 프로젝트 진행 방식이 또 있을까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자기 돈을 투자해야 우리 제품을 열심히 홍보해주기에 ICO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럴수도 있지만 좋은 가치를 시장에 제공하지 못한 제작자의 부족함을 방증하는 핑계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프로젝트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별도로 신청 받아 토큰을 무상으로 나눠주고 그들을 중심으로 국가별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조직해 활동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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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CoinTime 책임 편집자: sha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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